…없어도 기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이건…
…없어도 기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이건…
켈렘보르시여, 이 영혼을 공정하게 재판해서 좋은 곳으로 보내주시옵소서.
…양파가 행할 만한 죄악이 뭐가 있지? 비료 독차지하기?
(말은 이렇게 했으나…)
흠… 양파도 영혼이 있나?
(작게 중얼거린다.)
….(양파의 흔적을 보고 있다.)
으, 음…. 먹을, 수는 있으니까…
웃기잖습니까. (큭큭 웃는다.)
다음부터는 함부로 보지 마십시오. 저도 비밀과 음... 사적인 것들이 있어서 말입니다.
소수 의견을 들어! 존중 부족이야.
... 모두가 좋아하지는 않는다는 사실도 알고 있나?
이건 불의야. 신들은 눈이 없나?
이런 참상을 만드는데 맹세가 안 깨진다고.
말도 안 되는 생각 하고 있는 거 다 보인다.
(양파에 대한 복수의 맹세를 하는 팔라딘을 상상하며 큭큭 웃는다. ‘양파를 자르다가 눈물에 시야가 가리는 바람에 도둑이 우리 부모님을 죽였지. 나의 원수 양파를 용서하지 않겠다.’ 와 비슷한 대사를 상상하고 있는 듯 하다.)
응. (응.)
하나만 물어보자... 레몬 좋아하냐?
양파한테 원수진 거 있냐?
쟤 맹세가 복수의 맹세는 아녔던 거 같은데...
상냥한 놈들 사이에서 일했구만.
틀렸어. 이유는 총 세 가지다.
첫째는 말짱한 재료를 쓴다고 결과물이 항상 말짱할 거란 보장은 없고
둘째는 인간에게는 비위란 게 있기 때문이며
셋째는 맛없는 음식은 사기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 아직 교정할 수 있어. 괜찮아.
그 자루 같은 놈들이
왜 네 요리 앞에선 자루 입구를 묶었겠어.
한입 먹고 더 먹을 수 없는 요리는 늘 있다고.
가서 스스로 뭔가 해볼 생각은 말고
위저드가 하는 걸 보면서 배워.
걔가 시키는 걸 하든지.
왜 다들 너보고 밥은 찷이지 말라고 했을 것 같냐?
...
... 아, 아니. 이참에 바로잡아 놓는 편이 나을지도 몰라. 지금밖에 기회가 없어.
잘 들어라. 너는 솥은 쓰지 마. 알았어?
물을 넣어서 양을 불리는 게 능사가 아니란 말야.
어, 그러네. 쟤가 작아져 있으니까 밥을 안 하는구나.
.... 안 돌아오면 안 되나? (농담.)
비슷할걸? 많은 말을 참고 있는 얼굴이던데? (그래도 곱게 굴 생각은 없다는 듯 낄낄거리더니) 난 없어. (빠르게 단정지어버린다.) 난 말이다, 어릴 때부터 가야 할 길이 전부 정해져 있는 사람이었어. 위치도 재능도 책임져야 할 것도 있으니 노력만 하면 됐었지. ... 그 중 무엇도 그닥 견고하지 않다는 걸 조금만 더 빨리 알았다면 좀 좋았을 텐데 말이다. (깊은 한숨.) 지금은 없어. 아무것도. 여생이 길다는 것 정도가 위안이려나? 어디에 마음을 맡기든 그것도 언제 송두리째 뒤집힐지 모르잖아.
나보다 어린 건 여전하지만 자기 몫은 하는 것 같으니까. ... 뻔뻔하고 바른말만 해대는 게 좀 얄밉기도 하고. (쯧.) 아직은 그런 것까지 생각하기엔 이르지 않겠어? 너 자신의 삶도 아직 다 가다듬어지지 않은 것 같은데. 팔이 다 나으면 뭘 할 거냐?
뭐, 확실히 추구할 수 있는 행복이 한정적인 팔라딘으로서는... 뭔갈 남기고 싶은 욕구도 부자연스럽진 않겠군. 언젠가 만날 인연인 것도 대충 그렇다 치겠지만... ... 그냥 어린것한테 유독 물러지는 편이거든. (한숨 푹 쉬고) 너는 말이지, 글쎄... 그냥 살아가고 있더라고. 매일이 헛되지 않게. 기억된다는 보상을 바라고 있는지 아닌지 나는 몰라. 그렇게 깊은 생각에 매일 빠져 사는 것 같지도 않았고... 그런 얘기 할 정도로 낯간지러운 사이는 아니었거든. (흥.)
잘해 봐, 웬만하면 목을 따주고. (설렁설렁...) 뭐... 달리 말하자면 나는 내가 살아있는 동안의 일만 걱정하면 된다는 거야. 아무리 개떡 같은 일이 일어나더라도, 무슨 실수를 하고 오명을 남기더라도 죽고 나면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반대로 죽고 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 추모를 기대하는 대신 살아있는 동안 나를 해치지 않는 것에만 나를 투자할 수 있어.
다시 보지 않을 사람 앞에선 오히려 말이 더 잘 나오는 감각 느껴본 적 있나? 그런 거 아닐까 싶은데. 너는 어떻게든 남겨지고 싶은 쪽이야?
물어보고 싶은 건 너 자체보다는 그 규칙이랄지 원리에 대한 거라서 말야. 환생 가능한 순혈의 기준이 뭔지, 몇 대조 위부터 타종족이 끼면 안 되는 건지... 너한테 물어 봤자 모를 거 같고 소용 없으니까 접은 거다. (그런 것도 확실치 않으면 애초에 그냥 미신 아니냐, 라고 하려다 말았다.)
언데드는... ... 싫은데 그건 내 죽음이 남겨진 내 지인에게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어서 싫은 거지.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너 같은 애들이 냅다 와서 베어 줄 거 아냐?
어... 아, 죽어도 새로 안 태어난다고? 난 또 뭔가 했네. 하긴 지상 엘프 애들은 그렇다고들 하던데. (제 뺨이나 긁적거리더니...) 너도 안 된다고? 음, 딴지 걸거나 물어보고 싶은 부분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일단... ...
무섭지.
죽으면 다 끝이야. 엘프들끼리 사는 사회 바깥에서 그 공포는 상식이자 보편적인 감정이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모두가 기억되기 위해 어딘가에 속박되길 택하는 건 아니니까.
오히려 죽으면 전부 끝이니까 아무렴 상관 없단 놈들도 있어. 추모되든 아니든 알 게 뭐냐, 하고.
아이고... (웃음 참는 얼굴...)(안 될 거 어거지 부리는 건 어린 날의 치기인지, 아님 성격인지 참.) 됐다. 팔 나으면 아는 아무 마법사한테 대련 한번 해달라 그래라. (손이나 휘 젓곤) 뭐, 그래. 잔소리해줄 놈이 없단 건 뒷배를 봐줄 녀석도 없단 거나 진배없지. 하지만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거라면... (생각하는 듯 하더니,) 그렇지만은 않을 수도? 넌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삶을 바라나?
그래야지 뭣모르는 애송이가 다음부터는 마법사를 정면에서 선빵 친다는 무리수를 안 둘 거 아니냐? 주둥이 집어넣어, 인마. 잘못했어, 안 했어? (허리에 양손 얹고...) 에휴... 너도 참 아픈 데 찌른다. 애초에 내가 왜 여깄는 걸지 생각해봐. ... 그래도 너랑 다르게 난 내 맘대로 해도 돼. 고나리 놓을 신도 깨질 맹세도 없으니까. 맞춰야 할 기준도 날 판단질할 이웃도... 없어. 그건 좋은 것 같지 않냐?
맞다고도 아니라고도 안 하는구나. 뭐, 됐어. (팔짱을 끼고 제 턱을 톡, 톡 두드린다.) 불편하겠군. 전신 갑옷을 입게 되면 필연적으로 감전은 약점이 되니까. 방금 건 마법사가 거리 확보를 위해 흔히들 쓰는 수였고. ... 몰랐던 거지? (별로 만나본 적 없는 것 같으니.)
됐어, 원인을 제공한 건 나니까. (그러곤 눈을 피한다. 추태를 빤히 들여다보여지는 것도 유쾌한 일은 아닐 테니. 그새 알아서 수습할 테지.) (아, 씨... 어색해졌잖아.) 얼굴에 그거, 헬름이 냈군. 몰랐는데.
(잦아들었나, 싶으면 한 번 깊게 한숨을 내쉬고 집중을 풀어 침묵을 거둔다. 천천히 손을 떼는 것은 그 다음이다.) ... 괜찮냐? 내가 물어보기도 뭐하지만서도... 미안. 무서워하는 줄 몰랐어. (제법 누그러진, 난처한 낯. 이전의 그 태도와는 사뭇 다른.) 아직 저린 데가 남았나?
너 날 그렇게 부르는 데 제법 맛들린 것 같다? 뭐, 틀린 말은 아니지... ... 힘이 세면 말에도 어느 정도 설득력이 생기기도 하고.